아이패드 산 기념으로 깨작인 카르나

둥실~


네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위대한 승리자 바수세나여 어째서 연인을 죽인듯한 표정을 하고있지?


역카르나 넘... 좋. 인도형제 쌍방 디나이얼이다가 한쪽이 한쪽 죽이고 나서야 깨달았음 좋겠고

어둠없던 카르나조차도 주나 죽이고 나서 역카르나 라는 어둠 생기면 좋겠네 ~ 하고 그렸었던거같다

별개로...르나의 아명 "바수세나" 넘 귀엽고 좋음 아르주나 아명 중에는 키리티가 젤 좋고




형제니까 막상 나란히 세워두면 닮지 않았을지 하며




당신 입술에서는 쓴맛이 나는군 피의 맛인가? 아니 사랑의 맛이겠지


오브리비어즐리 살로메 오마주... 비어즐리 너무 조와 포기할수 X




상아로 만든 숙적 [갈라테이아]


카르나가 아르주나에게 너무 그린듯한 숙적이라서... 영웅이 빛나기 위해서는 영웅을 저지하는 악역이 필요하니까

카르나는 너무 완벽한... 완벽한 운명의 숙적... 근데 이거 그릴때가 5장 전 인.형 픽업때라 약간 까르나 소환용 성유물 직접 조각한 주나처럼 됨 ㅋㅋㅋㅋ




The shape of sunshine




숙적의 가호가 있기를


엑링은.. 갓겜이다




수라에서 올라온 신


삼면육비의 아수라가 끄는 전차 모는 라이더 역카르나 실장해줘...딜라놈들아!




아르주나[브라이드] 근력 A





칼데아에...아닌가 세라프에..? 아무튼 네일아티스트 데려와야함

르나 이제 손톱관리해야해서... 주나 옷이 등까진건것같아서...이제 ... 손톱다듬어야돼



[5장스포]

[주의!] 당신의 숙적이 당신이 보는 앞에서 남의 손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그만 나를 죽여다오


호문클루스 공장장 주나와 수천번수만번 복제된 호문클루스 르나

아르주나가 호문클루스 만들때마다 카르나는 영혼으로서 깃들었는데 호문클루스인 육체의 문제 때문에/혹은 로딩시간때문에 실패작 취급당한 카르나

수천수만번 산채로 폐기당하고... 죽고... 카르나는 아르주나가 부르는 이상 올수밖에 없어서(오고싶기도 했고) 몇번을 죽더라도 계속 오다가 

마침내 성공했을쯤에는 그 카르나 조차도 좀 미쳐서 아르주나한테 꺼낸 첫 말이 저거였으면 좋겠다

이제그만 죽여달라는 말.,.... 

앵슷넘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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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은 눈을 떴다. 아직 어둠이 깊은 새벽녘임에도 소년은 쉽사리 단잠에 들 수 없었다. 이제는 붉은 피가 흐르는 몸에 주홍색 선명한 독극물이 남긴 흔적인 양 눈 앞이 먹먹했다. 한참을 끔뻑거리며 허공에 깔린 어둠을 헤아리던 제임스는 문득 팔을 뻗어 침대의 옆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더블 침대의 옆자리는 서늘하게 인간의 기운이 가신 채 얼마나 뒤척였는지 구김살이 잔뜩이었고, 그래서 소년의 가슴도 그렇게 서늘하게 식고 구겨지는 듯 했다.


 소년은 방바닥을 디딘다. 비틀거리며 거실로 향하는 깡마른 발목을 감싸는 찬 기운을 따라 제임스의 시선이 옮아가고 그 끝에는 열린 베란다 문과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어둠 속에 볼품없이 주저앉아 담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제임스는 담배연기가 허공에 녹듯 그가 밤 속에 녹아들 것 같아 불안해지고 만다. 제임스는 불안증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스티브."




돌아오는 대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소년은 침대 위에 있었다. 여전히 옆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으나 이제 그 차가움이 차라리 익숙해지고 말았다. 사내는 집을 나섰을 것이다.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던 문 소리에 소년은 문득 외로워졌었으니. 인사조차 없이 나가버린 사내를 제임스는 원망하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그를 이해하기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저 이해하기로 한다.


 사내가 떠난 집에서 소년 줄곧 혼자다. 텅 빈 집을 메운 외로움을 곱씹다가 소년은 아차 하며 베란다로 향해 작은 화분을 들어 올린다. 말라죽기 일보 직전인 선인장 화분이었다. 어떡해, 하며 울상을 짓던 소년은 급히 손에나마 물을 담아 바싹 마른 흙을 적셔주었다. 좋아하던 물고기도 마다한 채 화분을 기르고 싶다 해놓고선 제임스는 사는 족족 화초를 죽이고 말았다. 다 말라죽은 화분을 끌어안고 눈물이 그렁한 눈을 한 제임스를 보고 사내는 타박 대신 뾰족한 가시가 콕콕 박힌 선인장 화분을 떠다 안겼다. 마지막이야, 이번엔 잘 길러, 하며. 그런데 그 선인장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급한대로 물을 떠다 나른 소년이 화분을 감싸 든다. 내가 까먹었으면 한번 쯤 자기가 챙겨줘도 좋을텐데. 선인장을 쓰다듬다 기어이 손가락을 찔리고 만다.


 소년에게 따끔하고 가벼운 통증은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열쇠이기도 했다. 사실은 별거 아닌 작은 가시가 박혔을 뿐이었는데, 아파서 걷는 게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다. 사내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괜찮냐는 말 한 마디가 듣고 싶어서. 그 어리광에 사내가 저를 벤치에 밀어 앉히고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직접 신발을 벗기고 앙상한 발을 이리저리 살펴봐주었을 때, 소년은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많이 아프냐며 당황하는 사내를 그만 끌어안아버릴 것만 같아서. 사랑에 빠질 것만 같아서.


 제임스의 곁에는 어젯밤 사내가 피우던 담배곽이 구겨져 있었다. 담배 끊겠다더니. 작게 투덜거리던 제임스는 담배곽을 열어보고 돛대가 남아있는 것을 본다. 아마 술에 취해 한 개피가 남았는지도 모르고 구겨 던져놓은 것이다. 제임스는 그것을 꺼내 입술 새에 문다. 함께 떨어져 있던 라이터를 두어번 딸각이더니 이내 불을 붙이고 빨아들인다. 스티브가 제임스를 데려오기 전에 있던 곳에서 배운 것이었다. 남자는 소년이 담배를 필 때면 아주 질색하며 빼앗았다. 그 목소리 끝에 걱정이 묻어 있어 문득 가슴에 따뜻한 것이 피어올랐던 것을 제임스는 기억한다.


 손 틈새로 샌 물이 화분 주변에 엉망이었다. 제임스는 떨어진 물을 닦지 않고 쪼그려 앉았다. 그렇게 앉아서 종일을 스티브를 기다리는 데에 쓰는 것이 제임스의 하루 일과였고 유일한 일정이었다. 그러면 아주 천천히 시간은 갔다. 떨어진 물방울이 바싹 마른 물자국만 남기고 사라져버릴 때 쯤이면 어둠이 차츰 태양을 살라먹었다. 제임스의 하루는 매번 그렇게 증발하듯이 지났다. 아주 서서히, 말라가며.





-





 마야를 찾고 세계는 재조립되듯 빈 곳이 메워지고 어긋난 곳이 맞춰지며 온전해졌다. 제임스가 끼어들 틈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평화로운 세상에 칼날은 더이상 필요가 없었다. 설령 필요하다한들 더이상 제임스가 그 퍼즐이 될 수는 없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삼켰던 약들은 제임스의 뱃속에 켜켜이 쌓이고 똬리를 틀어 제임스의 삶을 씹어삼키고 있었기에. 부서질듯 움직였던 몸뚱이가 이제는 정말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에. 제임스는 그제야 새삼스럽게 제 지난 3년 여의 삶이 얼마나 모순되었었는지를 알았다. 


 제임스를 필요로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흘러흘러 그나마 쓰러져가는 몸을 지탱할 돈은 댈 수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아주 싼 값에 소년은 부서져가는 제 몸을 조각내 팔았다. 별 볼 일 없는 몸도 팔기 위해 내놓으면 어느 날엔가는 반드시 팔렸다. 분명히 제임스는 망가져 가고 있었으나 폭력에 가까운 교합을 받아 내면서 제임스는 차라리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름 모르는 수컷이 혹은 암컷이 제임스의 육신을 휘어감고 끌어당길 때, 그래도 누군가는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그 건조한 행위 속에서도 애써 사랑을 찾으려 하였는지도.


 필요라는 것은, 애정이라는 것은 작열하는 고통 속에서도 소년의 지난 3년 여의 삶을 밝히던 소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통 대신 그 소망이 작열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소망이 제임스의 삶을 목마르게 하고 있었다. 사막처럼.


 소년과 사내가 다시 만난 것은 퀴퀴한 밤골목이었다. 사막의 밤처럼 아주 춥고 건조한 밤에 제임스는 비틀거리며 가게 뒷문을 나섰다가 골목 한 구석에 길게 누운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익숙한 술냄새와 익숙한 차림. 그리고 그 눈빛을 잊을 리가 없었다. 고독의 현신 같은 눈빛을. 말단이 저릿할 정도로 눈빛을 통해 넘어온 그 동질감을. 




"맥."




 부름을 향해 시선을 돌리다 까무룩 정신을 잃은 맥은 제임스가 손님을 받고 늦은 새벽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선 저녁에 나타나 대뜸 마담과 이야기를 하더니 제임스를 데리고 나왔다. 빚도 담보도 없이, 제 의지로 들어와 몸을 팔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음에 틀림 없는데도. 


 살아, 내 집에서. 소년의 팔목을 붙잡은 손아귀 안에는 동정과 연민이 묻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군말 없이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렸다. 소년은 목말라 있었다. 제 벗은 몸 위로 쏟아지는 비웃음과 경멸조차도 사랑으로 오해하고 싶을 만큼. 제 위로 쏟아지는 무엇이라도 받아 마시고 싶을 만큼. 스티브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도 외로워 제 곁에 있어줄, 유령도 환각도 아닌, 살아있는 누군가라면 누구도 상관 없었던 것처럼. 


 제임스는 저와 스티브를 거대한 사막의 횡단자로 비유했다. 해갈이 존재치 않는 저주받은 땅을 홀로 걷는 자들이라고. 제임스의 공상 속에서 그들은 한참을 모래먼지를 지나다가 종종 뒷걸음질로 걸었다. 제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그 허망한 족적이라도 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것이라고….





-





 어둠이 하늘을 삼킨 시간에야 사내는 돌아왔다. 술에 취했는지 발걸음에 무거움이 묻어난다. 사내는 힘겹게 제임스의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둘은 마른 선인장 화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지만 스티브는 끝끝내 제임스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다만 옆의 구겨진 담배곽을 주워들고 뒤적여 마지막 한 개피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끝이 빨갛게 불 붙고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는 사이에서 지독하게 쓸쓸한 눈을 감고 옆얼굴을 벽에 기댈 뿐이었다. 




 "맥, 스티브. 스티브."




 제임스는 힘없이 늘어진 사내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다. 살아있지 않은 찬 벽에 기대어야하는 스티브에게. 제임스는 어린 짐승처럼 그 어깨에 볼을 부빈다. 이름을 부른다. 정말 이제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나요. 소년은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눈을 감았다. 그래도 난 당신을 떠나지 않을게요. 신기루같이 당신을 떠난 모든 것들처럼. 





-





 스티브는 아주 돈이 많았고,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제임스와 집에서 보내도 괜찮았다. 내킬 때면 제임스는 스티브의 옆에 앉아 그가 스크린에 띄워주는 기원전의 액션영화를 보기도 했다. 이제는 통증 대신 병에 가까운 것이 제임스의 몸을 물고 놓아주지 않을 때 스티브가 서툰 솜씨로 묽은 수프를 끓이는 날도 있었다. 수프는 간이 맞지 않거나, 때로는 너무 묽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그 수프 때문에 아프고 싶었던 날들이 너무도 많았다. 간이 맞지 않아도, 너무 묽어도, 수프는 단 한 번도 차가웠던 적은 없었으므로. 우스운 생각이지만 제임스는 그 그릇까지도 먹어치우고 싶었다. 그 안에 담겼던 것이 저를 위한 것이라면.


 그러나 제임스는 스티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임스는 나가서 돈을 벌어오고 스티브가 좋아하는 것을 그에게 사 안길 수도, 스티브를 위해 능숙하게 집안일을 해낼 수도 없었고, 그래서 스티브가 주는 모든 것들은 차츰 제임스에게 짐이 되었다. 언젠가 스티브가 자신을 동정하지 않게 되면. 연민하지 않게 되면. 그래서 제임스는 스티브의 어디엔가 필요해야만 했다. 스티브까지 저를 떠나버린다면 제임스는 더이상 견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기에. 


 종종 스티브는 집 밖으로 나가 한밤 중에야 들어왔다. 지친 표정을 하고서 쏟아지듯이 쇼파에 누웠고, 그러면 어둠이 그를 좀먹듯이 에워쌌다. 그는 조용히 그것에 몸을 맡기고 있곤 했다. 말없이 나간 스티브 때문에 하루종일 불안에 떨던 제임스는 맥이 길게 누운 쇼파에 다가가 한참을 서성였다. 어딜 다녀오느라 이제 왔어요? 밖이 춥지 않던가요? 뭘 하다 온건가요? 아직 나를 연민하기에 돌아와준 건가요? 어디가 안좋은가요? 아픈가요? 수많은 물음이 제임스를 스쳐지나갔지만 입 밖에 낸 것은 단 하나였다.




"울지 말아요."




 순간 제임스를 잡아 세우고 무너지듯이 품에 안은 스티브의 눈가는 말라 있었다. 제임스가 말한 울음같은 것은 흔적조차도 없었다. 다만 손 끝에 옅은 화약냄새와 쇳내가 묻어있었을 뿐. 제임스는 그를 위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같은 짧은 말은 그에게 무엇도 되어주지 못할 것 같았다. 제임스는 스티브가 자신에게 온몸으로 기대고 있었던 그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위로해줄 방법을 찾지 못하여서.


 그렇게 몇 번이었다. 제임스 자신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던 때에는 누구라도 제임스의 머리 위에 위로를 쏟아주지 않았던 적 없었는데. 격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기에 제임스는 그 중 무엇도 주워담지 못했다. 그래서 제임스는 그 중 무엇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스티브도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누구나 건넬 수 있는 그런 말 한 마디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너무 아파서. 그래서 어느 날엔가 제임스는 말없이 그를 안고 있는 대신 쇼파에 누운 지친 몸 위를 기어올랐다. 제임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하나 뿐이었으므로. 누군가를 품는 것이라고는 예쁘지 않은 몸을 열고 볼품 없는 다리를 벌려주는 방법 밖에는 몰랐으므로.


 소년이 그의 것을 쓰다듬고, 그의 가슴팍에 입맞추고, 그의 몸을 타고 올라가 눈을 맞췄을 때, 사내는 제임스를 붙잡아 뉘이고 입을 맞췄다. 다급하게, 그러나 거칠지 않게 소년의 가슴팍을 더듬고, 뺨을 만지며, 생존에 대한 열망같은 것으로 그 외롭던 눈에 이채가 돌며 소년과 함께 마지막에 가 닿았을 때 소년은 사내에게 제가 갈구하는 것이 더이상 동정이나 연민이 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를 다리 안쪽 가득 안고 있으면 외롭지 않음을. 그래서 그가 사막의 비처럼 자신에게 퍼부어주는 것이, 제 마른 입술을 적시고 목을 타고 넘쳐 흐르는 것이 사랑이기를 바라게 될 것임을.





-





 이 집에 어떤 대화도 떠다니지 않게 된 것은 보름달이 한 번 차고 기울기 전부터었다. 제임스는 그 때 아주 아팠다. 제임스가 전신에 눅진하게 눌러붙은 아픔을 버티고 겨우 일어났을 때, 그 앞에 놓여있어야할 수프 그릇이 없었고, 으레 그 곁을 지키고 앉았을 남자가 없었고, 그것들이 지니고 있었을 온기 마저도 없었다. 그의 쇼파 옆자리에 앉으면 틀어주던 영화도, 가시박힌 발을 살펴주던 눈길도, 화분을 사 안기는 손도 없었다. 부르면 돌아오던 대답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신기루처럼.


 눈길 한 번을 주지 않고 말 한 번을 대꾸해주지 않는 사내를 보며 소년은 불안해했다. 사라진 눈길보다,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보다, 닿아오지 않는 손길보다 소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내가 지독하게 쓸쓸한 눈빛을 띨 때였다. 분명히 함께 있는데도 사내가 몹시도 외로운 눈을 할 때, 제임스는 버려지는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럴 때면 제임스는 사내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며 울고 싶은 것을 꾹 참아야만 했다. 이 곳에서 외롭지 않은 것은 정말로 나 뿐이었느냐고, 더이상 목마르지 않은 것은 정말로 나 뿐이었느냐고….


 어느 날엔가는 제임스도 참지 못하고 그 집으로부터 도망쳤다. 스티브의 눈에서 묻어나오는 열풍처럼 건조한 외로움이 온 집 안을 차지하고 제임스의 숨통을 졸라 올 때, 제임스는 끝내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만 했다.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버려지느니 먼저 버리고 싶었다. 그 안의 풍족한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서라도 제임스는 버려지고 싶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제임스는 언젠가 그가 소년의 깊게 팬 쇄골 가운데에 입을 맞추며 눈물없이 울던 때를 기억한다. 모두 그를 떠났다고. 스러지거나 혹은 저를 저버렸다고. 그를 떠난 것들이 이제는 그를 내몰고 숨 막히게 한다고. 


 아무것도 가로지르지 않는 그의 얼굴에 마른 눈물이 괴어 있음을 제임스는 알았다. 그것은 사막을 걷는 자들의 눈물이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눈물이기에 사막을 횡단하는 자들은 그런 식으로 눈물을 훔친다는 것을. 그렇게 점차 우는 법을 잊어간다는 것을 제임스는 알고 있었다. 그 눈물을 기억해내고서 제임스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제 발자국이라도 돌이켜보지 않으면 미치고 마는 그런 곳에 도저히 그를 혼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그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밤이 짙은 시간이었다. 저리고 부르튼 발이 비틀거리며 바닥을 디디고 방문을 열었다. 사내는 등을 지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밤이, 외로움이, 눈물없는 울음이 그 어깨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꼬리에 맹독을 품은 벌레처럼. 소년은 조용히 그 옆에 다가가 누웠다. 조용히 그 마른 날개뼈 사이에 이마를 묻었다. 사내의 어깨 위를 기어다니던 것이 몸집을 부풀려 소년에게도 옮아왔다. 





-





 다음 날 아침에 제임스가 잠에서 깼을 때 선인장은 어제 제임스가 물을 주었던 것이 무색하게 더 비틀려 있었다. 어쩌면 어제도 가망이 없었던 걸까. 이미 죽은 것에 부질없는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했던 걸까. 제임스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건조하고 결핍된 삶을 사는 자는 선인장조차도 키워내지 못하는 구나. 소년은 조금 비참해졌다. 이제 화분은 됐다. 충분하다. 더 욕심을 내기에는 제임스의 손을 거쳐 죽어간 것들이 너무 많았다. 죽은 화분을 끌어안고 베란다에 누워 제임스는 마른 흙처럼 그 날 하루를 분분히 부수어 없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내를 기다리며.


 밤이 다 되어 돌아온 남자는 품 안에 선인장 화분을 들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스티브가 죽은 화분을 보면 제임스에게 구제불능이라며 화를 내거나, 그마저도 지쳐하며 그저 무시로 일관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그가 안고 있는 것은 분명히 제임스가 키우던 것과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선인장이 맞았다. 다만 화분에 검은색 리본이 감겨 있는 것만이 달랐다. 멍한 표정으로 베란다에 앉아있는 제임스의 곁에 다가와 사내는 새 선인장 화분을 놓고 마른 화분에 물을 주었다. 제임스는 뛸듯이 벅찬 것을 입술을 꾹 깨물어 참았다. 


 생생한 새 선인장을 보며 이번에야말로 잘 길러야지 다짐하고서, 고맙단 말을 하려 고개를 든 제임스는 그만 아연해지고 말았다. 스티브가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마른 눈물이 눈물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남자가 어미 잃은 아이처럼 어깨를 떨며 울고 있었다. 제임스는 입술을 뻐끔이며 허공에 헛손을 휘저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제게 기대오는 사내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제임스는 그 때가 되도록 몰랐다. 건넬 수 있는 말을 모르겠을 때는 그에게 입을 맞추고 그 혀를 빨아들였으므로. 그러나 이토록 우는 사람에게 입맞춤으로 위로를 대신할 수가 없어 제임스는 안타까움에 온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이 울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제임스는 끝내 말없이 그를 안는다. 토닥토닥, 어색하게 등을 두드리던 제임스의 어깨를 스티브의 눈물이 적신다. 



 "제임스. 제임스."

 "네, 맥, 맥스티브."



 꼬박 한 달만에 들은 제 이름이 젖어있어 제임스는 벅차기보다는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우나요. 무엇이 당신을 내몰았나요. 무엇이 당신을 숨 막히게 했나요. 마음 속으로 뻐끔대는 것은 스티브에게 닿을 수 없어 제임스는 그만 눈을 꾹 감아버리고 말았다. 제임스가 끌어안은 어깨가 여전히 떨려 제임스의 어깨도 함께 떨렸다. 




 "제임스, B, 제임스, 제임스."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 스티브."




제임스는 그를 품 안으로 꾹 밀어넣듯이 안았고, 

스티브가 계속 제임스를 찾다가 중얼거리는 말에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왜 그렇게 죽었나. 조금만 더 기다려줬어야지, 왜그렇게 나를 두고."




 그제야 모든게 끼워맞춰지듯 제임스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재구성되었다. 조금씩 기억과 어긋나는 달력, 2주 전에, 하루 전에 물을 주었는데도 말라가기만 하는 선인장, 제가 피워 없앴는데도 다시 그 자리에 있던 마지막 담배 한 개피, 텅 빈 스크린, 찬장 속에 처박힌 수프 그릇, 사라진 대화, 사내의 쓸쓸한 눈, 품에 안은 우는 몸 뒤로 보이는 열두개의 죽은 선인장 화분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제임스를 위한 모든 것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열 두개의 죽은 화분. 한달마다 선인장들은 제 한 몸 조차 외로움으로부터 지켜내기 힘든 남자의 보살핌을 기다리다가 죽어가고, 남자는 다시 그것을 사 채워놓았을 열두 달. 남자가 사온 화분의 검은 리본. 조화에나 묶여있을 색. 아아.


 제임스는 그 날의 기억을 되짚는다. 어느 날엔가 스티브가 제 몸을 타고 오르는 제임스를 고민스러운 얼굴로 조용히 밀어냈고, 제임스는 그것에 깊은 불안을 느꼈고,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스티브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아침이 오기 전 제임스는 다시 타인에게 버림받느니 그만 제 목숨을 버리고 말았던 것을. 


 스티브는 몰랐을 것이다. 제임스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독히 외롭고, 불안하고, 버림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스티브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독히 외롭고, 불안하고, 누군가가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래서 제임스를 온전히 제 옆에 두기까지 스티브에게 그토록 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어야만 했던 것을 제임스가 몰랐듯이. 그래서 다음날 스티브가 선인장이 아닌 여린 꽃송이와 함께 돌아왔을 때 제임스는 이미 도망쳐 있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우리가 사막을 횡단하다가 만난 동행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제임스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는데도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낼 수도 없었다. 놓치면 안될 것처럼 스티브를 계속 안고 있었다.




 우린 만나지 못했군요, 우리는 사막을 걷는 자 따위가 아니었군요. 서로의 타는 목을 축이고 다른 두 쌍의 발자국을 그 옆에 남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군요.




 사막 그 자체였군요….




 왜 우리는 함께 괴롭고, 함께 외롭기만 해야했을까. 함께 괴롭고 함께 외로웠다면 함께 사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서로의 입술을 마른 식도를 먹먹한 눈을 연민도 동정도 아닌 사랑으로 적실 수도 있었을 텐데. 


 스티브는 마지막으로 그를 떠난 제임스의 흔적들을 끌어안고 제임스가 죽은지 1년째 되는 날을 견디고 있었다. 그를 내몰고 숨 막히게 하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껴안은 채 모래바람에 열풍에 파묻혀 죽어가듯이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버티며 그 집, 제임스가 마지막으로 타고 넘은 그 베란다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닿아있는 것은 이미 두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눈물은 부풀어갔다. 제임스가 너무도 늦게 스티브를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날에 두 사람을 뒤덮었던 외로움처럼. 두 사람 분으로 부풀어갔다. 제임스는 그제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티브를 끌어안을 때마다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는 대신 해주고 싶었던 말을. 서로가 그렇게나 목말라 했지만 너무도 두려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말을 위해, 누군가는 1년이 지나 다시 나타나고, 누군가는 1년을 기다려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위해. 그들은 그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네가 밤속에 누워 녹아갈 때


물 없는 사막은 너를 향해 서서히 걸어 올지도 모르겠어.


사막이 어쩌면 너에게 말할지도 몰라.





 "사랑해."






네 눈물이 지하수를 타고 올 만큼 나를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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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깊은 슬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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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오징어 이론,, 아냐 젬스,,음,, 넌 못생기지 않았어

잘생겼단 뜻은 아니니까 착각하진 말고,,,



한번 웃으면 온 세상이 봄이요, 한번 훌쩍이면 만고에 수심이 가득하니.

당신만이 갖고 있는 둘도 없는 매력이구려.

-영화 패왕별희 中



단 1분 1초라도 모자라면 그건 평생이 아니야.

-영화 패왕별희 中



최근 핫한 정장,,파티룩

흑정장 백정장도 좋지만 제임스는 붉은색도 괜찮을거같애

포즈 참고는 섀니 막내 2012년 나일론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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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 짙다고 연성할때나 캐짤때는 잘 안쓰지만 그래도 기모노 예쁘다.. 화려한 맛이 있지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장 17절

포즈는 사진 참고

http://imgur.com/cXN1DDs



최근 흥하는 아이돌AU....젬쓰 싸인볼 던져줘 싸인볼

내 영원한 쓰리디 본진에게도 아직 싸인볼 못받아ㅈ봄,,,자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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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존나 불편하네.. 원본사이즈로 못올리자나

http://imgur.com/FVGzJQg

원본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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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좀비 제임스 보고싶음 뇌와 사고만이 살아있는 죽은 몸


원래 헤르만이랑 제임스랑 서로 마음이 있다는건 알았는데 각자의 사정때문에 정식으로 뭐가 있는 사이는 아니었고...언젠가 마야를 찾고 서로의 불행이 끝나면 그땐...<-이정도의 얘기는 했었던 사이

마야를 찾고 헤르만은 제 그림자를 잘라냈지만 제임스는 그 직후 고통이 사라지기도 전에 몸이 못버티고 죽었으면 좋겠다 B의 묘비에 묻힌 제임스와 다시 상실을 뒤로하고 가는 헤르만...맞아 갈사장님은 견뎠을거같아 살고싶어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제임스가 관속에서 눈을 떴으면 좋겠다 그냥 자고 일어난것처럼..여긴 어디지 마야는 깨웠던가 내가 쓰러졌던가...어둡다 드디어 눈이 멀었나..하고 손을 뻗으면 관뚜껑이 있고 제임스는 뭔가 이상하는걸 깨닫겠지

주변을 더듬어서 찾아낸 검으로 어찌저찌 무덤에서는 헤집고 나왔는데 제임스는 아직 사태파악이 안될거같다..몸도 머리도 아직 찌뿌드드하고 멍한데 주변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고 인적 드문 새벽을 걷고 걷고 걸어서 도착한게 까마귀 서점이라거나

아직 서점은 안열었고 제임스는 무슨생각인지 그앞에 자기가 누굴 기다리는줄도 인지 못한채로 그냥 앉아서 마냥 누군가 서점문을 열어주길 기다리겠지...쪼그려 앉아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은 안으로 햇볕이 완전히 비집고 들어올때 쯤에야

누군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부를거야, 블레이드? 하고. 그럼 제임스는 고개를 들고 웃겠지. 저 왔어요,차마 그사람을 지칭하지는 못하고.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임스도 피부로 느꼈겠지 이게 자연스러운 재회가 아니라는것.

제임스는 눈떠보니 몇년이 지나있는 세상이 아직 얼떨떨할거야. 이젠 주홍빛 핏기까지 가셔서 투명할만큼 창백해진 피부라던지, 뛰지 않는 심장이나 의식하지 않으면 호흡하지 않는 폐도. 녹슨 검과 아직 흙냄새가 가시지 않는 몸같은 것도.

헤르만은 단지 몇십분 정도 제임스의 등장을 당혹스러워했을 뿐, 이내 평정을 되찾고 지금이 몇년도이며 제임스가 몇년전 죽어 땅에 묻혔음을 일러주고 제임스에게 손거울 하나를 쥐여주었을 뿐 그 이후 제임스에게 더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지.

요새 들어는 꽤 자주있는 일이라고 했어. 마야의 꿈에 의해 창조된 뒤 죽은 자들은 종종 시체의 몸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고. 헤르만은 덤덤하게 설명했고 제임스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어. 더이상 그에게 말을 붙여선 안될것같다고 생각했으니.

무의미하게 시간이 흐르고 문을 열고 들어온건 어떤 여자였지. 풍선껌을 씹으며, 언젠가 헤르만이 묘사한대로, 그러나 조금더 자란 몸을 한 여자가 오빠, 하고 헤르만을 불렀고 헤르만은 왔니, 하고 대꾸했어. 제임스는 그 억양이 익숙했지.

언젠가 눈빛과 말씨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을 즈음 헤르만이 절 그렇게 맞아주었으니까.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도 제임스는 무덤덤했어. 별로 상처받지 않았지. 케이가 먼저 제임스를 눈치채기 전까지 제임스는 별다른 반응도 하지않았음

좀비들에게 꽤 우호적인 케이가 제임스와 통성명을 하고 이것저것 제임스를 챙겨줄 때도 제임스는 일말의 불편함 없이 그저 감사해했어. 하나도 불편해하지 않았지. 자신이 느껴야할 불편함까지 헤르만이 모두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는 느꼈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흘러 서점의 폐점시간이 되고 제임스는 갈곳이 없었어. 서점 불을 끄고 나설때에도 멀뚱히 쇼파에 앉아있던 제임스를 보고 헤르만이 그제야 한숨을 쉬고 그를 불렀지. B, 지낼 곳이 구해질 때까지 방 하나를 내어주겠다.


제임스는 여전히 멀뚱하게 헤르만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가 지내게 되었지. 작은 방 한켠에 놓인 간이 침대에 누워서 제임스는 잠시 고민했어. 오늘은 한번도 헤르만을 불러본적이 없었지. 내일부터는, 아니 이제부터는 그를 뭐라고 불러야할까.


그는 이제 S가 아니야. 그는 그림자를 잘라냈어. 아저씨라기엔 너무 친근하지. 헤르만, 은. 내가 그의 본명을 부를 주제는 아닌것 같아. 선수일때 쓰던 별칭이지만 잭도가 제일 좋겠다. 잭도, 제임스는 중얼거려보았지. 어색한 억양으로.


제임스를 블레이드라고 부르는 잭도와 헤르만을 잭도라고 부르는 블레이드의 산송장은 그렇게 한 집에서 지내겠지...잭도는 내심 둘 사이가 불편할까봐 걱정한것같다고 블레이드는 생각했어. 그러나 생각보다 그렇게 둘 사이가 답답하진 않았음.


제임스는 주로 헤르만이 서점에 가고 없는 시간동안 헤르만의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집안일을 했지. 그러다가 종종 퇴근하고 돌아온 헤르만에게 실수로 자른 몸의 말단-보통 손가락-같은것을 내밀면서 꿰매달라고 하기도 했어.


헤르만은 그럴때에서야 겨우 제임스가 이미 한번-아니, 두번이거나 혹은 셀수 없을 만큼 아주 여러번-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실감했고 제임스는 쭈뼛거리면서 감사를 표하고 꿰매어 붙인 자리를 움직여보았어.


혹은 헤르만을 따라 까마귀 서점에 가서 점원 노릇을 하곤 했어. 그러면 이내 케이가 와서 헤르만과 투닥거렸지. 케이가 오면 헤르만은 유난히 제임스를 불편해하는것 같아서 제임스는 멋쩍게 서점의 구석진 곳에 숨어 책을 읽거나 하기도 했음


눈이 나쁘니 책을 잘읽지 못해서 제임스가 읽는 것은 보통 글자가 크고 그림이 많은 동화책이었어. 그렇지만 제임스는 그것들이 나쁘지 않았지. 앉은 자리에서 서점의 동화책들을 하나 둘 꺼내서 눈 가까이 대고 뜯어읽다보면 시간은 금방갔어.


제임스는 까마귀 서점의 구석에서 인어공주 이야기를 처음 읽었어. 그런 이야기가 있다더라~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다지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지 못했고 머리가 커졌을 땐 눈이 나빠졌던 제임스는 그 이야기를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이었지.


제임스는 그리고 산송장인 몸뚱이의 장점을 하나 발견했지. 송장인 몸은 눈물을 흘릴 줄 몰라 가면으로 눈물도 표정도 감출 필요가 없었어. 제임스는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동화책을 읽고 우는-그것도 시체인-열아홉살은 꼴불견이니까.


헤르만이 조금 불편해하긴 했지만 케이와 이야기하는 건 재밌는 일이었지. 헤르만이 제임스에게 그다지 말을 걸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케이는 제임스의 유일한 말상대였고 대화를 이끌줄 아는 타입이라 제임스도 대화를 하는데에 어려움이 없었어.


케이는 종종 바깥의 일들도 얘기해주곤 했어. 요새도 종종 좀비가 깨어나는데, 이성을 잃고 생각할줄 모르는 것들로 되살아나는 자들이 많아. 사람을 닥치는 대로 공격해서 사상자도 났다고 해. 그래서 정부가 뭔가 대책을 세우려는 모양이야.


그때까지만 해도 제임스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겼어. 헤르만과 함께 서점에 가다가 생면부지의 행인이 제임스에게 돌을 던지고 세상에 나타나선 안됐던 것, 이라고 윽박지르기 전까지는 실감이 잘 안났으니.


임스는 사실 그때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너같은건 죽어 마땅해,없어져버려, 같은 이야기는 제임스도 모르는 새에 아주 큰 트라우마였었나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는 제임스에게서 행인을 떼어낸건 헤르만이었으니.


팔뚝을 잡혀 헤르만이 이끄는 대로 서점에 들어가 헤르만이 제임스의 이마를 걷어보고 반짇고리를 꺼냈어. 돌의 모서리에 좀 찢긴 모양인지. 제임스는 그때도 죽은 몸이 감사했지. 눈물이 났다면 아마 그 길바닥에서부터 울고있었을지도 모르니.


제임스는 곧 덤덤해졌지. 온몸을 지지는 고통에도 덤덤해지려 했는데,무엇에 덤덤해지는건 제임스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어. 외려 제임스 대신 헤르만이 뉴스를 찾아보곤 했지. 좀비박멸을 연호하는 시위대와 정부가 내놓는단 좀비 대책에 관한.


제임스는 그렇게 기사를 찾아보는 헤르만에게 종종 '왜 그런것을 신경써요, 잭도?'하고 묻고 싶은걸 참았어. 제임스는 참는게 익숙했으니 호기심 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 그러나 제임스도 가끔 참는게 아주 어려울 때가 있기도 했어


그날은 정부의 좀비대책이 발표된 날이었지. 여론조사에 의해 좀비들을 집집마다 모두 수거해 소멸시키기로 의결이 되었어. 숨겠나, 블레이드? 원한다면 숨겨줄 수 있어. 저보다도 불안한 얼굴로 다그치듯 묻는 헤르만이 제임스는 더 의아했지.


글쎄요. 제임스는 뭉뚱그려 대답했어. 실제로 제임스는 그다지 사라지고 싶지 않다거나 하지 않았거든. 제임스에게 죽음이란 늘 아주 가까이 맞닿아 것이었으니, '세번째 죽음'이 제임스에게 어떤 큰 감회를 주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거든.


헤르만은 며칠을 제임스에게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겠냐 물었지만 제임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어. 뉴스에서 처음으로 '수거'된 좀비들이 주홍빛 불꽃에 재가 되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저와 주홍색은 참 인연이 질기구나 생각했을 뿐이었지.


제임스에게 첫번째 삶은 누군가에게 필요하고싶어 발버둥쳤으니 의미가 있었고 두번째 삶은 누군가에게 필요 했으니 의미가 있었지만 세번째 삶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지. 어차피 죽은 목숨을 부지해보려고 헤르만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공고장이 온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고, 헤르만이 경찰의 눈을 피해 집안의 문을 걸어잠그고 커텐을 친 것은 또 그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 다락에 제임스를 앉혀두고 여기에 있으라는 헤르만을 보고 제임스는 더 궁금증을 참기가 힘들어졌어.


왜 저를 살리려 하나요, 잭도.


네 죽음을 다시 견딜 자신이 없어서.


이미 경찰들은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 쾅쾅. 제임스는 어느덧 제 앞에 엎드리듯이 앉아 우는 헤르만을 보았어. 쾅쾅쾅. 그랬군요. 맞아요, 당신은 살고싶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버텨주겠지 하고 두번째로 죽기전에도 생각했었어요. 쾅쾅.


당신은 잘 할거에요. 잘해왔으니. 이제는 눈물을 흘려도 그림자가 길어지지 않는군요. 정말로 그림자를 잘라냈군요, 잭도. 수고했어요. 그림자가 길어지던 때에도 길어지지 않는 때에도 나를 사랑하지 않느라 수고했어요.


문 두드리는 소리는 멎지 않았고 한때 블레이드라 불렸던 제임스는 처음으로 한때 잭도라 불렸던 헤르만을 끌어안고 보듬었지. 사랑하지 않기 위해 모든 생을 다 바쳐야했던 남자를 끌어안고 처음으로 눈물이 나오지 않는 죽은 몸을 원망하였음.

아 화력딸림..여튼 제임스는 울고 있는 헤르만을 놓아두고 경찰을 따라 주홍색 화염에 제 몸과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간의 헤르만을 맡기고 사라질 것 같다. 그리고 헤르만은 계속 살아나가겠지. 살고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걍 외전격으로. 제임스는 아마 (그게 악의에 의한것은 아니겠지만) 더이상 헤르만이 내게 정이나 마음을 주려 하지 않는구나 하는걸 눈치챘을 거 같음. 물론 헤르만이 케이와 사귀고 있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고...

아 물론 그렇다고 헤르만이 제임스를 잊기 위해 케이를 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임스를 잊으려고 발버둥치는 마음의 틈에 케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온거고 사귀게 된거고 헤르만은 실제로 케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을거고 제임스를 더 빠르게 잊어가고 있었고 삶의 행복감을 얻었을것..이라고 생각

근데 하필이면 그 앞에 제임스가 다시 나타난거겠지 실제로 제임스의 거처만 정해지면 거기로 보내버리려고 했을 것. 추억하는 것은 괴로우니까. 이젠 사랑할 수 없는 아이니까. 케이랑 제임스가 있는걸 불편해한 것도 케이를 보면서 제임스를 떠올리게 될게 싫어서 케이랑 제임스의 접점이 없었으면 했기 때문

제임스는 그걸 알고 헤르만에게 맞춰줬다고 생각한다 호칭을 바꾼 것도 케이와 헤르만의 관계를 알고도 질투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던 것도, 헤르만의 냉대든 배려든 그걸 무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것도...세번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도.

어차피 자긴 죽은 사람인데 헤르만이 다시 정을 줘서 괴로워하게 만들 필욘 없다고 생각했을거고. 왜 나를 살리려하느냐는 질문도 안하려고 꾹꾹 참다가 반쯤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거겠지

그러다 헤르만이 여지껏 제임스의 죽음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듣고 나서야 감히 헤르만을 위로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혼자서 잊으려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나를 잊으라는 말은 감히 할수 없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느라 수고하였다고...

그렇지만 제임스가 슬프지 않았다고는 하지 못하겠다...죽은 몸이라 눈물이 안나서 그렇지 살아있었더라면 눈물이 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순간은 생각보다 꽤 많았을 것. 인어공주를 읽고 운것도 어쩌면 스스로를 인어공주에 대입했기 때문일수도 있다...헤르만이 제임스의 죽음에 얽매여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사실 제임스도 조금은 버림받은 기분이기도 했을테니






연출을 좀 잘햇으면 좋았을텐ㄷㅔ 그런건 배워본적이 없어서..

글존잘님이 써주셨으면 좋겟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썰

분명 온 단물이 빠질때까지 우려먹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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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하단광원 연습하고 싶어서 그렸던 B

얘는 신을 믿을 것 같지는 않지만...

신보다는 당장 제 아픔을 가시게 할 약같은 것을 신봉하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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